도킨스의 2009년 신간.
그의 책은 원래 출간 순서대로 읽어야 한다. 그래야 쓱쓱 잘 읽힌다.
내 경우에는 눈 먼 시계공>만들어진 신>악마의 사도>지상 최대의 쇼 순으로 그의 책을 읽었는데
악마의 사도는 에세이 모음이기 때문에 논외로 치면 나름 발간 순서대로 읽었고,
그만큼 수월하게 내용을 소화할 수 있었다고 생각된다.
그의 가장 알려진 책은 뭐니뭐니해도 “만들어진 신”.
하지만 실제로 세계적인 베스트셀러가 된 만들어진 신을 읽다가 중도에 포기하는 사람들이 꽤 많다.
사전 정보가 부족한 게 가장 큰 이유다. 아마도 그들은 움베르토 에코 소설의 도입부의 기시감을 느꼈을 것이다.
(그런 사람들이 꽤 많았는지 도킨스는 '이 내용은 꽤 복잡한 내용이니 늦은 밤 읽고 있는 사람들은 여기까지만 읽고 내일 아침에 이어 읽기를 권'한다는 친절한 표현을 책 곳곳에서 쓰고 있다.)
어쨌든, 도킨스는 이 책 덕분에 범 중동 종교 관계자들의 적이 되며 말 그대로 악마의 사도로 간주되고 있다.
구미권에서는 쇠퇴하고 있는 기독교가 융성하고 있는 여기 한국에서도 마찬가지.
한편으로 양심에 의한 박해를 받아 오던 무신론자(≠무교자)들에게 철학의 근거와 용기를 주었다.
도킨스는 “지상 최대의 쇼”에서 “만들어진 신”보다는 다소 부드러운 어조로, 하지만 단호하게 진화를 설명한다.
그는 아주 매력적인 순서로 독자에게 진화를 증거를 늘어놓는데 그것은 마치 훌륭한 프레젠터의 발표를 보는 기분이 든다. (그의 강연을 보면 알겠지만 그는 실제로도 훌륭한 프레젠터다.) 가까운 진화(개의 사례)로부터 시작하여 인간과 유인원, 조류와 공룡, 양서류와 어류, 유전자, 분자의 순서로 단계적으로 다가간다.
그리고 진화의 증거를 늘어놓는 것으로 그치지 않고, 창조설 혹은 지적설계설(이론이라고 하기엔 상당히 빈약하기에 '~론'보다는 '~설'이 맞는 표현이 아닐까? 역자들은 예외없이 종교에서 주장하는 설들을 '~론'으로 번역하고 있는데 저자의 의도는 '~설'에 가깝지 않을까 감히 생각해 본다.)의 잘못된 점들을 꼼꼼히 지적한다. 만들어진 신 이후 그에게 전달된 창조설, 지적설계설을 주장하는 사람들의 지적을 지면을 통해 모두 받아치고 있는 것도 관심을 가지고 볼 부분이다. 만들어진 신이 나오고 바로 그 다음에 발간하는 책이기에 자연스러운 일이라 생각한다.
“지상 최대의 쇼”가 마음에 드는 또 한 가지 이유는 사진과 삽화가 많다는 사실.
그렇다고 도감식으로 늘어져 있지는 않고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에 담긴 존 테니얼의 삽화같은 느낌이다.
개인적 느낌이라 공감하지 못하는 사람이 훨씬 많을 것이라 생각되지만.
(2010년 책읽기 계획 #1/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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